Page 16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P. 16

일체를 모두 보시한다는 것은 일체의 변견을 버려서 두 가지 성품이 공
          함을 안다는 것이니 곧 ‘중도를 정등각’한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결국
          자성청정이 보시입니다.

           모든 것을 다 보시하니 일체가 다 떨어져서 만 가지 인연이 끊어지고 일

                                                      1)
          체가 서려야 설 수 없어서 적나라赤裸裸 적쇄쇄赤灑灑 한 자성청정심 진여
          뿐입니다. 여기에 일체 만법이 모두 건립되어서 항사묘용이 원만구족합니
          다. 그래서 진공眞空 편에서 볼 때는 만 가지 인연이 함께 끊어짐이며 묘

          유妙有 편에서 볼 때는 묘용이 함께 갖추어 있는 것입니다.

           『금강경』 말씀에 일체의 모든 모양을 떠난다 함은 쌍차雙遮를 말하며, 모
          든 부처님이라 함은 쌍조雙照를 말하는 것입니다.



            모든 법에 대해 희론하지 않는 것이 반야바라밀



              “부처님은 육바라밀을 말씀하셨는데 지금 어떻게 하나를 말하여
              능히 구족할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까? 바라건대 하나가 여섯 가지

              법을 구족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사익경思益經』에 이르기를, ‘망명존이 범천에게 말하되 만약 보살
              이 일체의 번뇌를 버리면 단바라밀이라고 하니 곧 보시요, 모든 법
              에 대해서 일어나는 바가 없음이 시라바라밀이라고 하니 곧 지계

              요, 모든 법에 대하여 손상하는 바가 없음이 찬제바라밀이니 곧 인

              욕이요, 모든 법에 대해서 모양을 떠남이 비리야바라밀이라고 하
              니 곧 정진이요, 모든 법에 대해서 머무는 바가 없음이 선바라밀이


          1)  『벽암록』 제95칙에는 ‘정나라적쇄쇄淨裸裸赤灑灑’라는 구절로 등장한다. 알맹이를 벗긴 열매처럼 정갈하
           고, 물로 씻어낸 듯 깨끗하다는 뜻.


          14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