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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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선림고경총서> 37권 (장경각).
는 돈오점수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고, 수행자와 불자들이 접할 수 있는
우리말 선서禪書도 거의 없었습니다. 이에 큰스님께서는 참선하는 데 요긴
하다고 생각되는 30여 종의 선어록을 선별하여 번역토록 하시고 <선림고
경총서>라는 이름을 지어 주셨습니다.
37권에 달하는 <선림고경총서>는 그와 같은 종정 예하의 뜻을 받들어
10년에 가까운 작업 끝에 탄생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선종사에서 처음 시
도된 대작불사로, 선학 연구에 초석을 놓고 선문의 정로를 보이는 지남이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선림고경총서>에는 종정 예하의 법과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큰스님께서는 열반에 드셨지만 종정 예하께서 펴시고자 했던 법은
<선림고경총서>와 큰스님의 법어집에 담겨 있습니다. “법을 보는 자 여래
를 본다.”고 했습니다. 큰스님께서 남기신 법을 만나는 것이 곧 큰스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이런 취지에서 30주년 추모사업으로 <선림고경총서>를
무료로 공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선림고경총서>를 통해 각자의 ‘고
경古鏡’을 밝히는 계기가 된다면 일평생 큰스님을 시봉한 문도의 한 사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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