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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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깨치기 전에는 참된 지계가
아니며 모두가 파계破戒입니다. 살
생을 한다는 것도 짐승이나 사람의
목숨을 끊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
니고, 제8아뢰야식의 미세망념의
업장이 홀연히 일어날 때 벌써 일체
계행을 부수는 것이니 이것이 근본
파계입니다.
그러므로 지계라고 하는 것은 근
본 무명 업상이 완전히 끊어져서 자
성청정심을 증할 때, 즉 일체 번뇌
를 모두 보시하여 ‘중도를 정등각’
할 때 비로소 지계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일체 만법
에 손상이 있을 수가 없고 전체가
진여대용이 되어 모든 것에 증감이
없고 손익이 없게 되는 것이니 이것
을 인욕바라밀이라 합니다.
일체를 보시하면 일체 만상을 떠
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으니 이것
을 정진이라 하며, 일체를 보시하면
양변을 버려서 상대가 없으니 머물
려야 머물 곳이 없음을 선정이라 하
사진 3. 성철 종정 예하의 다비식 장면을 그린 김
호석 화백의 그림 ‘그 날의 화엄’. 며, 일체를 보시하면 무명이 근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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