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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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모두 끊어지고 모든 희론이 함께 떨어져서 구경각을 성취하는 때이니
             지혜가 현전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여섯 가지 법인데 모두가 무엇을 근본으로 삼느냐 하면 양변을

             버려서 자성청정심을 깨친 것, 즉 ‘중도를 정등각’하는 것을 근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중도를 정등각’함을 내놓고는 육바라밀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법이 여섯 가지 법이요 여섯 가지 법이 한 가지
             법이 됩니다. 왜냐하면 여섯 가지 법 모두가 각각 중도에 서 있기 때문에

             서로서로 융통무애하며, 여섯 가지 법 모두가 중도 정각을 내용으로 한 진

             여대용이어서 전체가 모두 통해 있고 각각 따로 법이 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보시라고 하는 것은 양변을 여읜 중도를 말함인데 양변을 여읜 중

             도라는 것은 일체 만법이 모두 원만구족하여 있으므로 다시 여섯 가지 법

             이니 몇 가지 법이니 하고 구별하여 말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누구든지 참으로 이 돈오문을 성취하려면 일체를 보시하여 양변
             을 버리고 중도를 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범부 중생은 모두 변견

             에 묶여 머물러 있으므로 이 중도행을 어떻게 실행할 수 있느냐가 문제입

             니다. 그 방법으로 화두를 부지런히 해서 오매일여의 경지에서도 화두를
             버리지 않고 확철히 깨쳐야 하는 것입니다. 확철히 깨치면 실제로 모든 것
             을 보시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습니다. 일체 망념과 일체 사견을 모두 보

             시하여 양변을 여의면 두 가지 성품이 공한 중도를 깨쳐서 일체가 원만구

             족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말로만 따라가지 말고
             부지런히 화두공부를 해서 바로 깨쳐야 합니다.
               밥 얘기를 천날만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성철스님의 책, 『돈오입도요문론 강설』(장경각, 2015)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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