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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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한편 『백일법문』의 설법대상은 1967년
                                   해인총림의 동안거 결제에 참가한 대중들이
                                   었다. 우리는 그 청법대중이 갖는 몇 가지의

                                   특징에 주목하게 된다.

                                     첫째, 많은 대중이다. 당시의 신문기사에
                                   는 160여 명의 대중이었다고 하지만 300여
                                   명이 청법대중으로 참여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것은 당시 비구승이 급증하고 있던
          사진 4.  성철큰스님의 백일법문을 책
              으로  엮은  『백일법문』(장경각,   상황과 관련이 있다. 그런 점에서 『백일법문』
              2014).
                                   은 자질이 부족한 출가대중의 소양을 확립하
          기 위한 법문이었다.

           둘째, 청법대중은 20대에서 30대까지의 젊은 출가자로 이루어져 있었

          다. 그들은 한국 불교의 현대화를 열어갈 새로운 세대들이었다. 성철스님
          이 불교 전통의 복구를 기약하면서도 그에 대한 해석과 이해에 있어서 현
          대성, 과학성, 합리성, 현대 학문과의 동질성을 강조한 이유이다.

           셋째, 청법대중은 해인총림을 구성하는 선방의 수좌들과 강원의 학인들

          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법문은 선방의 수좌들을 향해서는 전체 교학의 흐
          름을 중도로 꿰고 그 중도의 실천이 참선의 생명임을 알도록 요구하고 있
          고, 강원의 학인들을 향해서는 화두 참구 없이 교리 공부에만 빠지면 그것

          은 생명이 없는 것으로서 ‘신주 없는 제사’와 같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화

          두 참구와 함께하는 경전 공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을 갖는 법문이었기 때문에 『백일법문』은 깨달음의 종지, 과
          학성과 합리성의 강조, 교리로서의 중도와 깨달음으로서의 중도를 함께 보

          여주는 법문을 전개한 것이다. 특히 각 교리에서 제시하는 연기, 불성,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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