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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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취한 점 등에 있어서 차이가 나타난다. 그 역시 청법자의 차이에 대
             한 고려의 결과였던 것으로 보인다. 본 고찰은 이 상호 간의 차이점에 대
             한 구체적 고찰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셋째, 화두 드는 법에 대한 구체적 가르침이 없다는 것 또한 『선문정로』

             의 설법의 한 특징이다. 『선문정로』는 화두를 참구하는 간화선 수행자를 위
             한 지침서이다. 그럼에도 그 전체 법문에 화두란 무엇인지, 어떤 화두를 들
             것인지, 어떻게 화두를 참구할 것인지, 화두 참구 시 주의할 점은 없는지

             에 대한 구체적 안내와 지침이 거의 없다.

               어째서 『선문정로』에는 이러한 화두 참선의 기초와 요령에 대한 구체적
             인 가르침이 빠져 있는 것일까? 그것은 설법의 지향이 선의 ‘근본’을 밝히
             는 데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근본’이란 무엇인가? 성철스님이 강조한 바

             와 같이 “선문의 근본은 견성”에 있고, 『선문정로』의 근본사상은 “견성과

             견성 아님”을 가르는 데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선문정로』의 전체 설법을
             살펴보면 전체 19장의 법문이 ‘바른’ 견성인지 그렇지 않은지, 진짜 무생법
             인인지 아닌지, 무심으로 노니는 보임인지 망심에 휘둘리는 보임인지, 아

             뢰야식의 불완전한 오매일여인지 진여의 완전한 오매일여인지 등을 판정

             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 하에 제3장 「두 가지의 영원불멸, 고苦와 대자유大自由」에서
             는 윤회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각 청법대중의 차이에 따라 영혼에 의한 윤

             회→아뢰야식에 의한 윤회→아뢰야식의 멸진을 통한 견성의 방식으로 설

             법의 중심이 이동한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제4장 「깨달음의 공간성」에서는 깨달은 존재가 거주하는 공간을 깊은 산
             속의 성계聖界→법성정토의 이치→견성한 이에게 드러나는 상적광의 차원

             의 방식으로 설법의 중심이 변해 감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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