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0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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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았고, 그가 지향하는 사회주의와 불교는 상이점보다는 공통점을 바탕으
          로 하고 있다. 모택동이 ‘맑스주의의 중국화’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불교의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모택동은 불교를 교조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평가하

          였다. 그는 무엇보다 불교가 갖는 ‘평등’ 사상에 주목하였다. 모택동의 선
          불교에 대한 호감은 봉건주의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근대적 가치인 ‘평등’
          개념 때문이었다. 그는 서양 맑시즘의 근대적 평등 개념과 불교의 근원

          적인 평등을 동시에 받아들임으로써 혁명의 핵심적인 가치를 담보하려

          하였던 것이다. 또한 불교의 ‘주관적 능동성’을 긍정적으로 수용하여, 험
          난한 역사 속에서 외부 조건의 제약을 넘어서서 내면의 의지로 이를 타
          개해가는 자세를 불교에서 찾으려 하였다. 그리고 그는 상대적인 것과

          절대적인 것의 상호연관을 말하는 변증법과 불교, 특히 화엄철학의 일다

          상용一多相用의 연기緣起 사상을 연관시켜 화엄철학을 ‘변증법적 사유’로
          평가하였다.
           실제로 중국 근대사회의 전반적인 변혁 작업에 불교가 결정적인 역할

          을 한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중국 근대에 불교는 전통사상과 서양사

          상과의 만남에서 가장 중요한 ‘매개체’였다. 모택동은 당시 중국 사회가
          필요로 했던 ‘반봉건·반외세’의 과제를 해결하는 혁명 과정에서 불교 사
          상을 활용하려 하였던 것이다. 모택동의 이러한 유연한 자세는 전통철학

          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몇 가지 다른 시각, 즉 전통철학을 최고라고

          보는 시각과 철저한 비판에 근거한 철저재건론을 거쳐 마침내 도달한 비
          판계승론적 시각에 근거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불교에 대해서도 무조
          건적인 긍정이나 비판이 아니라 ‘비판적인 계승’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고

          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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