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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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책을 꺼내 볼 수 있도록 도서관을 세워 보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장소를 정해 주십시오.”라고 말씀드리니 지금 고심원古心院이 들어선 자
             리를 정해 주셨습니다.

               큰스님의 하명은 받았으나 누구와 의논할 상대도 없고 한데 그래도 불

             사에 경험이 많으신 불필스님을 찾아가 의논을 하였습니다.
               “제가 출가하여 사찰의 건축에 대한 아무 지식이 없어서 목수에게만 맡
             기고 법당으로 적광전을 잘 지어 달라고 했는데 비용 문제로 입궁집을 짓

             고 말았습니다. 큰스님께서 책 보기 편하게 장경각을 지으라고 하십니다.

             혹시 나중에 큰스님 추모기념관이 될 수도 있을 터인데, 어떻게 하면 잘 지
             을 수가 있겠습니까?”
               “제가 인홍스님을 모시고 석남사 불사를 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장경각을 잘 지을 수 있도록 좋은 목수와 논의 해보겠습니다.”

               “스님, 저는 절집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니 큰스님께서 편하게 책을
             보시고 또 차후에 기념관이 될 수 있도록 애써 주십시오.”
               이렇게 하여 고심원 불사가 시작되었습니다. 1층은 일반 대중실로 하고,

             2층은 장경각 도서관으로 쓰도록 35평형 외外 5포집 법당형으로 짓게 되

             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고심원의 벽채를 다 바르고 막 문을 달려고
             하는데 큰스님께서 열반에 드셨습니다.
               고심원을 다 짓고 나니 고민이 생겼습니다. 장경각의 책을 고심원으로

             옮기자니 책을 볼 주인은 열반에 드셨고, 게다가 개가식으로 진열했다가

             는 귀하게 간직해 온 책들을 잘못하면 한꺼번에 도둑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뭔가 다른 방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1층 대중실 방 안쪽
             1/3을 서고로 만들어 장경각에 있던 책들과 틀어진 책장 등을 옮겨오고,

             그 후에 서가를 현대식으로 바꿔 지금까지 보관해 오기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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