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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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에 올려 큰스님께서 장경각에 소장하고 있었던 서책 중 고문헌들을 누
구나가 손쉽게 인터넷(https://kabc.dongguk.edu/index)으로 열람할 수 있
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조사차 내려온 연구원들은 서책이 보관되어 있는 곳을 보
고는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처음엔 아무런 보호 시스템 없
이 눅눅한 곳에 책들이 보관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기절할 뻔했다.”고 합
니다. 그러니 그 광경을 바라보는 소납의 심정은 어떠했겠습니까? 30년
동안 지은 죄가 있으니 뭐라 변명할 수도 없고 그저 부끄럽고 부끄럽기만
했습니다. 소납은 어떻게 책을 조사하는지 도대체 무슨 책들이 있는지 몹
시 궁금했지만 그저 멀찍이 서서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일주일쯤 지나서 한 연구원이 제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원택스님, 처음에는 큰스
님이 남기신 이 귀한 문화유
산을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보관해 오시다니 하고 백련
암 스님들에게 무척 서운했
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쯤 고
서들을 정리하다가 저희들
은 ‘스님들이 정성을 들이지
않은 게 오히려 참 다행이다’
라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한
지로 만든 책들은 일정한 습
기가 있어야지 바스러지지
않고 잘 유지가 되는데, 이곳 사진 4.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집성팀의 포쇄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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