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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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선임 스님으로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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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게를 지고 올

                                                        라올  때보다  짐을

                                                        지고 내려갈 때
                                                        가 더 위험하다. 반
                                                        드시 몸을 돌려 산

                                                        에  붙이고  지게발
          사진 6.  고심원 장경각 서고에서의 원택스님(조선일보 김동환 기자).
                                                        은 허공으로  가게
          하여 조심조심 내려가야 한다.”
           앞선 스님들은 지게에 물구리를 한 짐씩 지고 잘도 내려갔습니다. 끝 차

          례가 되어 다른 스님들의 반이나 될까 말까 하는 양의 물구리를 지게에 묶고

          산을 내려가려고 준비를 했습니다. 성큼성큼 내려가는 스님들의 모습에 정
          신이 홀려 몸을 돌려 지게발을 허공으로 가게 하고 내려오라는 당부를 깜빡
          잊고 지게발이 뒤로 인 채로 지게를 지고 한 계단 발을 내딛을까 말까 하는

          순간에  뒷  지게발이  뒤에  있던  바위를  치며  순식간에  몸이  붕  뜨더니

          20~30m나 되는 허공을 날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주위의 도움으로 깨어 일어나보니 지게는 지게대로, 물구리단은 물구리단대
          로, 안경은 안경대로 어디론가 다 날아가 버리고 소납은 산골짜기에 거꾸

          로 박혀 있었습니다. 다행히 깊은 산속인데도 바위는 피하고 두껍게 쌓이

          고 쌓인 낙엽 더미 위에 떨어져 큰 사고는 면할 수 있었습니다. 큰스님께
          서는 그 소식을 늦게 들으시고는 방문을 벌컥 여시고 한 말씀 하셨습니다.
           “굼벵이도 꿈틀거리는 재주는 있다카더니 니놈도 그 순간에 어찌 지게 벗

          을 생각을 했노. 니가 지게를 벗었으니 살았제 지게하고 같이 굴렀더라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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