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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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습기가 있어 좀 눅눅하기는 하지만 책에 해를 끼칠 정도는 아닙니다. 오
히려 잘 간수하신다고 무식하게 부지런을 떠신 것보다는 손 타지 않는 곳
에 이대로 두셨던 것이 다행 중 다행입니다. 큰스님의 덕화가 여기까지 미
친 듯합니다.”
그 연구원의 말을 들으면서 성철 종정 예하께서 상좌들에게 장경각에 대
해서 자세하게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던 의미를 제 나름대로 깊이 깨우치
게 되었습니다. ‘큰스님께서 상좌들에게 소장하고 계신 장서들의 가치를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으셨기에 상좌들도 무심히 지나치며 장경각 책들은
큰스님만 보시는 거라고만 생각하고 살아왔다. 만일 그 책들의 귀중함을
자주 자랑하셨다면 이 30년의 세월 동안 지금처럼 잘 보관해 올 수 있었을
까? 상좌들을 무식하게 만들어 놓으셨으니까 오늘날까지 한 권도 누락 없
이 보관되어 온 게 아닐까? 역시 큰스님의 큰 지혜로움이시구나.’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사업단(ABC사업)
집성팀의 조사와 연구로 백련암 소장 고문헌들이 『성철스님의 책』으로
발간되고,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게 되고, 백련암 불서 조사 완료 학술
세미나가 개최되
는 등, 80여 년 큰
스님의 그늘에 가
려 있던 장경각의
고문헌들이 비로
소 세상의 빛을 보
게 되는 날이 온
것입니다. 그러한
사진 5.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ABC사업단의 성철 큰스님 소장 고문헌
도록 『성철스님의 책』. 일로 인해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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