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9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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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력이 활발하지 못했으며, 이행도인 정토종의 흥기로 인해 민중의 호응
을 얻지 못했다. 따라서 당시의 전통신앙이나 주변의 여러 불법을 적극적
으로 활용하여 왕족이나 귀족들의 호기심을 사게 했으며, 이를 토대로 민
중으로까지 확산시키고자 했다. 이는 비단 가쿠신만이 그랬던 것은 아니
었다. 불법 교화의 대상은 지배층은 물론 모든 민중이었기 때문이다.
무자 화두와 좌선 중시
이러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도 선은 불조의 혜명을 잇는다는 자부심과 독
자성을 내세우며 약진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선사들의 독창적 사상도 만
개한다. 『무문관』은 가쿠신에게 큰 영향을 주었으며, 송나라에서는 ‘조주
구자화趙州狗子話’의 화두를 사용했다. 승림사에서는 『선요』를 강의하고 ‘무
자無字’ 화두를 활용했다.
그는 화두선과 더불어 도겐처럼 철저한 좌선행을 중시했다. 그는 『좌선
의』에서 “초심의 사람은 염기좌선念起座禪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그 처음을 잘 보면 맑은 하늘에 처음으로 구름이 일어나는 것과 같다. 모
든 것은 온 그곳이 없다. 단지 맑은 허공과 같다. 비유하면 진심은 허공의
청정함과 같다. 망념은 만상이 나타나는 것과 같다. 마음은 즉 체體다. 거
목의 근본과 같다. 염은 즉 용用이다. 이파리·꽃·과실·색·향기와 같
다”라고 한다.
좌선은 일체유심조를 맛보는 일이다. 또한 좌선은 마음을 보아 부처를
보는 행이다. 또한 “자심의 미혹함을 면하고자 한다면, 자심을 한결같이
깨달아야 한다. 자심을 알기 때문에 법계를 얻을 수 있다. 자심을 아는 것
을 지자知者로서 부처라고 이름한다. 실로 시심시불是心是佛이라는 것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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