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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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백련암에서 고암스님과 함께 하신 성철대종사.
이 구절은 참으로 깊은 말씀입니다. 현상[有]이 싫다고 해서 현상을 버리
려고 하면 버리려 하는 생각이 하나 더 붙어서 더욱 현상에 빠지고, 본체
[空]가 좋다 하여 공을 좇아가면 본체를 더욱 등지고 만다는 것입니다. 공
이란 본래 좇아가거나 좇아가지 않음이 없는 것인데, 공을 따라갈 생각이
있으면 공과는 더욱 등지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현상을 버리고서 공을 따
르려고도 하지 말며, 반대로 본체를 버리고서 현상을 따라가려고도 말아
야 합니다. 이 두 가지 모두가 양변이며 취사심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
리는 취사심을 버려야만 무상대도를 성취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도와 상응치 못한다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더욱더 상응치 못함이요[多言多慮 轉不相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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