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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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순간이 봄입니다. 산빛을 통해 비로자나 부처님을 만나고, 흐르는 계
곡물 소리를 통해 팔만사천 법문을 듣는다고 하신 옛 선지식들의 말씀이
가슴 깊은 울림으로 살아나는 계절입니다.
매화 피는 봄은 다시 오고
지난해 소납이 팔순
을 맞았습니다. 법회
끝에 케익을 준비해온
불자님들로부터 초촐
한 축하인사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
만 작년에는 성철대종
사 열반 30주기를 맞
아 이런저런 기념행사
사진 2. 통도사 홍매화, 2022년 3월 7일 현봉 박우현.
를 준비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다 보니 팔순을 맞는 감회에 젖을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아비라기도를 마치고 돌아보니 팔순 인사를 받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또
다른 봄이 오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보니 청년의 나이에 출가한
후 가야산 능선을 바라보며 봄을 맞이하는 것도 어느덧 50년 풍상을 훌쩍
넘겼습니다. 아침 종성에 나오는 ‘기간송정학두홍幾看松亭鶴頭紅’이라는 게
송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소나무 정자 위에 학의 머리
붉어짐을 몇 번이나 보았던가.”라는 구절입니다.
소나무 꼭대기의 둥지에서 부화한 두루미 새끼는 5, 6월이 되면 머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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