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P. 9

네 그루뿐입니다. 순천 선암사의 선암매, 강릉 오죽헌의 율곡매, 장성 백
             양사의 고불매, 구례 화엄사의 들매화가 그것입니다. 올해는 여기에 더해
             화엄사 각황전 앞의 홍매가 ‘구례 화엄사 화엄매’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

             물로 지정되었습니다.

               각황전 앞의 홍매는 다른 매화와 달리 검붉은 꽃을 피우는 유일한 매화
             라서 흑매黑梅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매화는 조선 숙종 때
             임진왜란으로 불탄 각황전을 중건하면서 계파선사桂波禪師가 불사를 기념

             하기 위해 심었다고 합니다. 불사를 마치고 한 그루의 매화나무를 심은 고

             인의 깊은 마음을 다시 헤아려 보게 됩니다.
               각황전은 세월이 갈수록 화려한 단청 빛이 퇴색해 가지만 매화는 해마
             다 봄이 오면 검붉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3백 년에 걸쳐 봄마다 피는 화

             엄매 덕에 각황전은 해마다 생기를 더해 왔습니다. 그 매력에 이끌려 상춘

             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생명의 불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야산 능선을 타고 흐르는 무채색 산빛을 통해서도 봄을 느낄
             수 있지만 이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5대 매화를 보며 유채색 봄을 맞아야

             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동안거 마친 일지 수좌



               ‘강남일지춘江南一枝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강남에서 매화나무 가지 하

             나를 꺾어 봄소식을 전한다는 말입니다. 남쪽 곳곳에서 매화가 핀다는 소
             식을 듣고, 업무차 서울로 갔습니다. 3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곳이지만 서
             울은 공기가 사뭇 다릅니다. 나라가 좁다고 하지만 꽃피는 계절이 되면 서

             울과 부산은 딴 세상입니다. 남쪽에서는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갔



                                                                           9
   4   5   6   7   8   9   10   11   12   1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