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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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서울은 꽃은커녕 여전히 바람이 차갑습니다. 그래서 ‘남지락북지개南
枝落北枝開’라는 말이 나온 것 같습니다. 남쪽 가지에서는 꽃이 떨어지는데
북쪽 가지에서는 이제 꽃이 피어난다는 비유를 실감하는 계절입니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사무실에 당도하여 쉬고 있으니 상좌 일지 수좌가 찾
아왔습니다. 동안거를 마치고 인사차 찾아온 것입니다. 단정히 가사를 수
하고 사무실 바닥에 엎드려 삼배를 올립니다. 오대산 맑은 도량에서 정진
한 덕분인지 안부를 묻는 수좌의 얼굴에서 청량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안
거를 나면서 부족한 것도 많았을 터인데 홍삼을 챙겨와 보는 앞에서 드시
라며 건네줍니다. 겨울 한철 화두와 씨름한 수좌가 건네는 것이기에 그 정
성이 기특하여 못 이긴 채 받아 마셨습니다.
일지 수좌는 결재철마다 제방의 선방을 두루 다니며 안거를 나는 수행
자입니다. 지난 겨울에는 오대산 상원사에서 동안거를 났는데 이번 겨울
에는 유래 없이 눈이 많이 내렸다고 합니다. 결재 기간 동안 서른 번이나
사진 4. 눈 덮힌 오대산 상원사의 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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