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고경 - 2024년 7월호 Vol.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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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사를 보면 이에
대한 상반된 입장이 교
차한다. 성철스님은 철
저히 버려야 한다는 입
장이다. 스님에 의하면
해오가 일어나는 10주
초의 보살 지위에 최소
한의 의미부여조차 없어
야 한다. 의미를 부여하
는 순간, 머물게 되기 때
문이다. 보살 8지는 마
계이므로 머무르면 안
된다. 10지와 등각의 성
취 또한 아낌없이 내려
사진 2. 해공제일 수보리 존자. 돈황본 『금강경』의 변상도.
놓아야 한다. 그렇게 거
듭 내려놓아 자아의 티끌이 완전히 떨어지는 지점, 그것을 성철스님은 돈
오돈수라 했다.
다만 돈오점수나 돈오돈수나 모두 지금 이 순간의 경계를 내려놓는 일
을 과제로 삼는다는 점, 그리고 그 내려놓음의 완성을 진정한 깨달음으로
본다는 점에 있어서는 얘기가 같다. 그러므로 만약 누군가 수행을 통해 신
천지와 같은 경계를 체험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거기에 머문다면 그 자체
가 문제가 된다. 그것이 자아와 대상에 대한 보다 고급의 집착이 일어나는
지점이 되기 때문이다. 수보리 조사는 해공제일의 성취자답게 손오공에게
‘머물지 않음’의 실천을 이끄는 효과적인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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