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고경 - 2024년 7월호 Vol.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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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에서 많음으로, 72변신술
조사: 요즘 어떻게 공부를 하고 있느냐?
손오공: 이제 법성에 훤히 통하고 근원이 점점 견고해지고 있습니다.
조사: 법성에 통하고 근원을 알게 되었다니 이제 법신의 본체를 알
게 되었겠구나.
‘법성에 통하고 근원이 견고해졌다.’는 말은 진리에 대한 눈뜸이 확고해
졌다는 뜻이다. 이에 수보리 조사는 ‘공부 제대로 하고 있다’는 평가 대신
새롭게 72가지의 변신술을 전수한다. 그전에 조사는 천강수天罡數라고 불
리는 36가지 변신술과 지살수地煞數라고 불리는 72가지 변신술을 제시하
면서 그중 어느 것을 배우겠느냐고 손오공에게 묻는다. 손오공은 가짓수
가 두 배로 많은 지살수 72가지를 선택한다.
왜 손오공은 본질적인 하늘의 변화를 담은 천강수 대신 땅의 변화에 상
응하는 지살수를 택한 것일까? 『서유기』의 저자는 이 도교 용어를 빌어 하
늘의 원리(천강수)와 지상의 현상(지살수)를 대비하고자 한다. 이미 법성의
원리에 눈을 뜬 입장이었으므로 손오공은 하늘의 원리보다는 지상의 다양
한 현상에 상응하는 지살수를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손오공이 배운 이 72
가지 변신술은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갖는다.
우선 두 숫자를 합하면 ‘36(천강수)+72(지살수)=108’이 된다는 사실에 주
목하자. 그것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번뇌의 숫자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손
오공은 그중에서 72가지 대응술을 배운 것이니까 36가지가 모자란다. 나
중에 천강수 36가지 변신술을 익힌 팔계가 합류함으로써 이 숫자의 문제
는 일단 해결된다. 그렇지만 두 인물의 협업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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