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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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았어요.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답니다.”
우리는 2008년 설날의
마지막 연휴 저녁 예상치
못한 화마火魔를 기억할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숭례문이 화염에 휩싸인
것이다. 우리의 국보 1호,
서울 중심의 얼굴이 어이
없게도 한 노인의 사적인
사진 8. 숭례문 복원공사 현장의 이근복 번와장. 사진: 원춘호. 불만이 불씨가 되어 불타
오른 날, 모든 국민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숭례문 2층 누각에서 시작된
불길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고가차와 굴절차를 동원해 지붕과 처마
에 대량 살수撒水를 하였지만 쉽게 진화되지 않았고, 다음 날 새벽 2층 문
루가 붕괴되었다. 처참한 순간이었다. 목조 문화재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지붕 위로 뿌려지는 물이 진화에 별 소용이 없다는 알 것이다. 촘촘히 이
어진 기와 아래로 비가 새지 않고, 기와가 잘 버티도록 하기 위해 강회다
짐을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이근복 번와장은 더욱 안타까웠다. 사고 소
식에 택시를 타고 급하게 현장으로 이동했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던
숭례문을 바라보며 그의 속은 더욱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줄이 꺾여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부분의 소방호수를 이리저리 쫓으며 펴는 일에 묵묵
히 손길을 더했을 뿐이었다. 국민들은 우리 역사를 품고 있는 숭례문을 지
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애도했다. 이후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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