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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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색이 나뉘기 전의 궁극의 하나에 자기를 동일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
왕의 정체는 혼세마왕이라는 이름에도 암시되어 있다. 세상이 둘로 나뉘
기 전의 혼돈混沌을 궁극의 하나로 집착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원래 『서유기』의 모든 마왕은 기왕의 성취에 머무는 마음에서 일어난다.
혼세마왕이 머무는 성취감은 전체를 관통하는 불변의 하나를 확인했던 체
험과 관련이 있다. 손오공은 무수한 분신을 만드는 신외신身外身의 술법을
구사하여 이 마왕을 상대한다.
오공은 마왕의 흉맹함을 보고 신외신의 술법을 부려 터럭 하나를
뽑아 입으로 씹어서는 공중으로 내뿜으며 소리쳤다. “변해랏!” 그
러자 2~300마리의 작은 원숭이 무리가 주위에 나타났다. … 이 작
은 원숭이들이 끌어안고, 당기고, 허리를 잡고, 발을 걸고, 발로 차
고, 털을 뽑고, 눈을 쑤시고, 코를 비틀고, 두들기면서 마왕을 공격
했다.
하나에서 많음
을 내는 신외신의
분신술은 하나를
고집하는 혼세마
왕을 격파하는 효
과적인 전술이다.
싸움이 끝난 뒤
손오공은 분신술
사진 2. 손오공의 신외신 분신술. 로 나타난 무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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