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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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들을 다시 한 가닥 털로 불러들인다. 하나가 모든 것이었으니까[一
             卽多], 모든 것이 하나[多卽一]로 돌아옴을 보는 것이다. 이처럼 신외신 술법
             은 하나의 본질과 다양한 현상이 둘이 아님을 보는 눈뜸을 형상화한 것이

             다. 이것이 하나를 고집하는 치우친 견해를 물리치는 유일한 길이 되는 것

             이다.


                새로운 자아왕국의 건설




               혼세마왕의 난리를 겪은 손오공은 수렴동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인간 세상의 무기고를 털어 부하들을 무장시킨다. 또한 손오
             공은 동해의 용궁을 방문하여 여의봉如意棒을 강탈한다. 또 한 걸음 더 나

             아가 다른 용왕들을 협박하여 투구와 갑옷과 신발에 이르기까지 일습을 탈

             취하여 스스로를 꾸민다. 여의봉을 손에 쥔 손오공은 여섯 마왕들과 짝이
             되어 만사여의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해 잠을 자다가 저
             승으로 끌려간다. 손오공은 저승사자를 때려죽이고 명부의 왕들을 협박하

             여 생사부에 적힌 자기 이름을 지우고 돌아온다. 죽지 않게 된 것이다.



                마왕이 된 손오공



               손오공은 수보리 조사의 회상에서 도를 성취하였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렇게 다시 자아의 왕국을 건립하는 마왕이 된 것일까? 그 깨달음이 가
             짜였기 때문일까? 원칙적 차원에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깨달음 뒤에
             이런저런 미혹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진짜 깨달음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

             다. 여기에 두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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