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P. 48

생에게 무제와 비슷한 질문을 했다고 하면 바울 선생을 무슨 대답을 했을
          까 자못 궁금해집니다. 가령 이들이 “바울 선생님, 저는 선생님의 그 열렬
          한 전도열을 본받아 그동안 몇 안되는 교인들로 시작해서 천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시켰고, 교회 건물도 으리으리하게 짓고, 여러 곳에 지교회도

          설립하고, 전국으로 순회설교도 하고, 미디어를 통해 방송도 하고, 해외에
          선교사도 파송하고, 이북 같은 곳에 성서도 보내고… 바울 선생님, 이를 어
          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질문에 바울 선생은 어떤 대답을 할까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결코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
          외적인 성취 같은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새로운 존재가 되는 것,

          이것이 문제입니다.”(갈라디아서 6:14,15 참조)



            무언지교無言之敎


           다시 달마대사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달마대사는 소림사에 머문 지 9

          년이 되어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제자들을 불러

          그들이 깨달은 바를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한 제자가 나와서 “진리란 긍
          정과 부정을 넘어서는 경지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고 했습니다. 달마
          대사는 그를 보고 “너는 내 살갗을 얻었구나.” 하고 말했습니다.

           그다음 제자도 나서서 뭐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달마대사는 그를 향해

          “너는 내 살을 얻었구나.”라고 했습니다. 그다음 제자가 나서서 또 뭐라
          고 하니 달마대사가 그를 향해 “너는 내 뼈를 얻었구나.”라고 했습니다.
          드디어 혜가慧可(487~593)가 나왔습니다. 그는 달마대사에게 경건하게

          절을 한 다음 가만히 서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달마대사는



          46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