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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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도  진리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습니다. 이처럼 여러 종교에서 절
          대 진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도덕경』

          제1장에 “도를 도라고 말해 버리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도가 아니다[道可道
          非常道].”라고 하는 말이나 제56장에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아니하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知者不言 言者不知].”고 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달마대사는 선불교의 기본 정신을 표현하는 네 가지 명구
          를 남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 불립문자不立文字: 문자에 얽매이지 말

          라. 2) 교외별전敎外別傳: 경전을 떠나 별도로 전해진다. 3) 직지인심直指人

          心: 사람의 마음에 직접 다가가라. 4) 견성성불見性成佛: 본성을 보면 깨달
          음에 이른다.
           이 네 가지 명구를 관통하는 요지를 들여다보면 선불교의 기본 목표가

          문자나 교리나 의례 같은 것에 매달려서 깨달음을 얻는 것이라고 아니라

          고 하는 것이 분명해집니다. 문자나 교리나 의례 같은 것은 깨달음을 얻는
          데 도움을 주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달
          을 가리키는 손가락[標月指]이지 달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달

          을 보는 것, 깨달음을 얻는 것입니다. 깨달음을 얻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라면 그것은 거룩한 것이고 방해가 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없애야 할 대상
          입니다. 그래서 선불교에서는 부처님이나 조사들이라도 깨달음을 얻는 데
          방해가 된다면 주저 없이 죽이라고 합니다. 이른바 ‘살불살조殺佛殺祖’라는

          것입니다. 이 네 개의 명구가 달마대사 자신의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하

          더라도 달마대사를 초조로 받드는 중국 선불교 전통의 기본 정신을 잘 나
          타내는 말임에 틀림이 없다 하겠습니다.


          2)  예수님은 체포되어 로마 총독 빌라도 앞에 갔을 때, 빌라도가 “진리가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대답
            했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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