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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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 장차 무슨 큰 재앙이 일어나려 할 때에는 장륙금상이 먼저
                  땀을 흘리고 좌우의 진흙으로 빚은 보살상과 돌에 새긴 『화엄경』 속
                  에 있는 모든 여래·세존·불佛·보살이란 글자는 다 젖지만 그 밖

                  의 글자는 젖지 않았다. 이것은 장륙금상이 우리 국가를 수호하면

                  서 미리 깨우쳐 타이르는 것이다.                   - 『동국이상국집』 권25


               나라의 큰 재앙이 일어나려 할 때마다 개경 북쪽 왕륜사의 비로자나불

             장륙금상(16척의 황금 불상)과 좌우의 보살상에서 땀을 흘렸고, 또 돌에 새긴

             화엄 석경에서도 땀이 났는데 여래·세존·불·보살이라는 글자에만 땀
             이 젖었다는 이야기다. 이규보가 살았던 시기는 몽골의 침략을 받던 시기
             이므로 왕륜사의 불상과 석경에서 땀이 흐르면 몽골이 침략해 올 조짐이

             라 여기고 대비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불상의 이적에 관한 인식은 조선시

             대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변계량(1369~1430)이 찬술한 「낙산사행소재법석
             소洛山寺行消災法席䟽」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거룩하신 부처님께서 나라를 보호하는 자비에 어찌 다함이 있으오

                  리오만, 소자가 재앙을 만나 두려워서 어찌할 줄 몰라 이에 간절히
                  귀의하오며 이익 받기를 바라옵니다. … 정치를 잘못하고 지나친
                  형벌을 가하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이에 천제天帝께서 마음으로 검

                  열하시고 꾸지람을 내리시매, 비를 많이 내려 산사태로 인명이 손

                  실되기도 하고, 폭풍이 불어 나무가 뽑히고 곡식의 피해도 많았습
                  니다. 또한 불상이 땀을 흘리는 기이한 일이 있었으며 금성金星이
                  낮에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 청정한 곳을 가려서 재앙 없애는 기

                  도의 자리를 베푸나이다.                                   - 『동문선』 권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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