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5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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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나는 늘어지게 자고 있

             습니다. 얼마나 한가하고 느
             긋하며 자유로운 정경인지

             모릅니다.
                붉은 복사꽃과 푸른 버

             들잎, 밤비와 아침 안개, 꽃
             잎과 꾀꼬리, 아이와 늙은

             은자, 청소와 잠 등의 모든             사진 4.  김홍도, 「수하오수도樹下午睡圖」(이건희 기증, 국립중앙
                                              박물관 소장).
             시구가 짝을 이루어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여운을 남깁니다.
                왕유는 글씨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렸으며, 공주의 환심을 살 정도

             로 비파도 잘 탔습니다. 그는 불교를 신실하게 믿었고, 평생 오신채를 먹
             지 않았으며, 화려한 복장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아내의 사후에는 재

             혼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30년간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찻잔과 약탕기밖에 없는 방, 경전을 놓은 책상 앞 새끼줄로 엮은 의자

                    8)
             에 앉아  그는 이 시를 통하여 『유마경』적 삶의 본질에 대해서 말합니다.


                  “유유자적, ‘분별’하지 않고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순전한 축복이고
                  순전한 기쁨이야. 그게 인생이지.”





             8)  『舊唐書』, 列傳 王維傳.


                서종택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1976년 시). 전 대구시인협회 회장. 대구대학교 사범대 겸임교수, 전 영
               신중학교 교장.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저서로 『보물찾기』(시와시학사, 2000), 『납작바위』(시와반시사, 2012), 『글
               쓰기 노트』(집현전, 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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