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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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으로 장식하는 것)은 (출가자의 몸에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떼
내려 합니다.”
천녀가 말했다.
“이 꽃을 법답지 못하다고 하지 마십시오. 이 꽃은 아무런 분별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리불 당신이 스스로 분별하는 마음을 일으킨
것일 뿐입니다. 만일 부처님의 가르침[法]을 받들어 출가하고서도 분
별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법에 합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만일 분별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법다운 것입니다. 저 보살들을
보십시오. 꽃이 달라붙지 않는 것은 (보살들은) 이미 분별하는 마음
을 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6)
여기서 사리불은 소승불교의 대표자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꽃은 세속
의 장식물이지 종교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세속적인 것과
성스러운 것이라는 두 범주가 있어서 모든 것은 그중 하나로 분류되어
버립니다. 이런 분별에서 집착이 생기고, 그 집착에서 모든 잘못된 행위
와 번뇌가 생기는 것입니다. 『유마경』은 그 분별과 집착에서 벗어나야 깨
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불교에서 ‘분별’이라는 것은 일상적 의미와는 달리, ‘둘로 나누는 것,
곧 판단 혹은 분석적 사유’로서, 이것은 언제나 미혹의 근거라는 좋지 않
6) 鳩摩羅什 譯, 『維摩詰所說經』(406), 觀衆生品第七, “時維摩詰室有一天女 見諸大人聞所說法 便
現其身 卽以天華 散諸菩薩 大弟子上 華至諸菩薩 卽皆墮落 至大弟子 便著不墮 一切弟子神力
去華 不能令去 爾時天女問舍利弗 何故去華 答曰此華不如法 是以去之 天曰 勿謂此華爲不如法
所以者何 是華無所分別 仁者自生分別想耳 若於佛法出家 有所分別 爲不如法 若無所分別 是則
如法 觀諸菩薩華不著者 已斷一切分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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