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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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유마경』은 쉬운 말로 주고받는 캐치볼은 아니지
만, 등장인물들의 문답 속에는 엄청난 사고의 풍경이 펼쳐져서 읽는 사
람을 오싹하게 합니다.
대승 경전 중에는 『유마경』이나 『법화경』처럼 희곡을 연상시키는 것
같은 경전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수준은 다양하지만, 불교 전통
이 가진 풍부함과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꾀꼬리 울어 쌓지만, 나는 그냥 잠자네
『유마경』이나 『법화경』은 아시아 여러 나라의 지식인들에게 애호되고,
문학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유마경』과 문학의 관계를 이야기하
려면 시불詩佛로 칭해졌던 왕유(699?~751)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
니다. 그는 북종선의 보적에 사사하고 있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불교에
심취했으며 자字를 마힐摩詰이라 할 정도로 유마 거사를 좋아했습니다.
복사꽃 밤비 머금어 더욱 붉은데
푸른 버들잎 아침 안개 둘렀네
꽃잎 떨어져도 아이는 아직 쓸지 않았고
꾀꼬리 울어 쌓지만, 나는 그냥 잠자네 7)
복사꽃 만발하고 버들잎 새로운 아침 풍경입니다. 어젯밤 내린 비에
수없이 떨어진 꽃잎은 아직 쓸지 않았고, 꾀꼬리가 울어 쌓지만 은자隱者
7) 『全唐詩』 卷一百二十八, 田園樂 其六, “桃紅復含宿雨 柳綠更帶朝煙 花落家童未掃 鶯啼山客猶眠”
112 『고경』 제13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