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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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40여 년 만에 정원 전문가의 손길로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건만 왠지 허전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진: 일거스님.
꽤 넓은 지역을 큰 돌로 축대를 쌓고 사이사이 꽃을 심어놓으니 생각
지 않게 백련암 입구가 장엄하게 바뀌었습니다. 첫해 철쭉을 비롯한 봄
꽃들이 형형색색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나니 신비롭기까지 하였습니
다. 큰스님 생전에는 별생각 없이 지내다가 열반에 드신 10여 년이 지난
뒤에 문도들과 신도들이 의논하여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을 ‘초발심을
찾아가는 철쭉제’라 명명하고 큰스님의 가르침을 기념하는 날로 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큰스님께서 태어나신 고향은 경남 선청군 단성면 묵실인데, 대나무가
꽤나 울창했던 동네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백련암 적광전 앞 해가 잘 드
는 큰 바윗돌 주변 50여 평쯤 되는 곳에 지금도 대나무밭이 있습니다만
말년에 갑자기 5백여 년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넓은 꽃밭을 만드신 뜻이
어디에 있으셨는지 생전에 한 번도 여쭙지 못하고 지나가 버린 세월이 아
쉽고 아쉽습니다.
6 『고경』 제13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