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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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 채 만들기 전에 문상객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처음엔 근처에 와 있
던 등산객들이 문상을 하겠다며 몰려들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인근 지
역 불자님들이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에서 비구, 비구니 스님들이
찾아와 지극히 애도하고 큰스님을 위해 정성을 다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
음을 전해왔습니다.
마침내 출상 당일의 날이 밝았습니다. 아침이 되자 부슬부슬 비가 내
리기 시작했습니다. 큰스님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는 신도들이 새벽부터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11월 10일 오전 11시, 해인사 구광루 앞마당에서
영결식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섯 번 치는 범종의 메아리가 어찌나 길게
가슴을 저미는지 솟아오르는 슬픔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길고도 짧고,
짧고도 긴 영결식”이 두 시간 만에 끝나고, 성철 종정예하께서는 58년간
지켜 온 사문의 생애를 마치고 산문을 떠나 해인사 다비장에 준비된 장
엄한 연꽃 봉우리 연화대에 영롱한
사리 100여 과를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큰스님의 다비식에
참석한 수많은 사부대중과 그 후에
거행된 사리친견법회를 다녀가신
무수한 대중들을 보며, “나는 산승
山僧이니 종정이 되었어도 해인사를
떠나지 않겠다.”는 법어를 해인사 대
중에게 전하고 그 말씀을 지키신 철
처한 은둔형 산승이신데, 종교를 떠
나 어떻게 그 수많은 대중들로부터
단기간에 큰 존엄을 받으셨는지 신 사진 4. 아사달계 단심 분홍색 무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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