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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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사립탑 불사를 위한 첫걸음을 이렇게 떼고 여러 논의 끝에 불

          교계 초유로 ‘성철 대종사 사리탑 설계 현상 공모전’을 하게 되었고, 30여
          점의 응모작 가운데 우수작 3편, 가작 2편을 내게 되었습니다. 당선작이

          없어 고심을 하던 차에 사진작가 주명덕 선생의 도움으로 최재은 작가를
          만나 오늘의 사리탑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부도를 모시는 바닥은 화강암

          으로 마감을 하고 사리탑을 에워싼 주변 경사면은 잔디밭으로 조성하였
          습니다. 잔디밭은 4각형 3단 기단 위에 두 개의 반구와 원구로 조성된 사

          리탑 뒤로 마치 큰 병풍을 펼친 듯, 초록색 풍광이 사리탑의 존재를 더
          욱 빛나게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사리탑 불사를 마치고 나니 주위에서

          많은 칭찬도 듣고 또 많은 비난도 받게 되었습니다.



            백련암으로 옮겨온 무궁화와 위로의 꽃 능소화



            이런 상반된 평가 속에서 세월이 흐르니 초록색 융단처럼 아름답던
          잔디밭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잔디밭 주위가 습하여 눅눅하

          니 그 밑에 지렁이가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니 멧돼지들이 몰려와

          주둥이로 땅을 헤집어 파대니 잔디밭이 온전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각종 산골 식물들의 씨앗이 자
          리를 잡으니, 고운 잔디밭이 잡초의 잡탕밭이 되어서 파란 잔디밭을 배

          경으로 돋보이던 정갈한 사리탑의 이미지가 무너지기 시작하여 처음의

          우아하던 모습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 대처법으로 잔디와 잡풀을 그
          대로 둔 채, 성철 종정예하께서 말년에 “무궁화꽃, 무궁화꽃” 하시던 말

          씀을 떠올리고 4년 전에 흰색 단심 무궁화 몇 백 그루를 잔디밭 주변에
          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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