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6 - 선림고경총서 - 01 - 선림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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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나 노스님의 견처가 같은 점도 많이 있고 독특한 점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현책스님은 영가스님에게 물었습니다.
“그대의 법사는 누구인가?”
“ 제가 방등경론 을 배울 때는 각각 스승이 계셨으나,뒤에 유
마경 에서 불심종(佛心宗)을 깨치고는 아직 증명하실 분이 없습니
다.”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노스님은 영가스님의 기상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또 그 누님에게도 협기(俠氣)가 있음을 느끼
고 다음과 같이 권했습니다.
“부모와 형제에게 효순하는 일도 한 가지 길이지만,당신은 불법
의 이치를 밝히기는 했으나 스승의 인가를 얻지 못하고 있소.과거
의 부처님들도 성인과 성인이 서로 전하시고 부처와 부처가 서로
인가하였습니다.석가여래께서도 연등불의 수기를 받으셨소.그렇게
하지 않으면 천연외도에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오.남방에 큰스승으
로 혜능선사가 계십니다.그곳으로 가서 발아래 예배하고 스승으로
섬기시오.”
그러자,영가스님이
“다른 분을 증명법사로 모실 것이 아니라 스님께서 법이 수승하
신 듯 하니 스님을 증명법사로 모시면 좋겠습니다.저를 위해서 허
락해 주십시오.”
하자,현책스님이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나로서는 그대의 증명법사가 되기는 곤란하오.지금 조계에는
육조대사가 계셔서 사방에서 학자가 운집하여 법을 받는 터이니 만
약 그대가 가겠다면 함께 가리다.”
그러나 영가스님은 누님을 홀로 남겨 두고 떠날 수가 없어 망설
였습니다.그러자 누님이 하는 말이 “나는 다른 데 의지해서 지낼
수 있으니 나를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시도록 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현책스님과 함께 떠났는데,그때 영가스님의 나이는 31
세였습니다.그럭저럭 시흥현(始興縣)조계산(曹溪山)에 이르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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