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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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下 105


            알고서 허망한 집착을 내고 시비를 일으켜 도의 근원을 흐려 놓
            습니다.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마저 매몰시켜 버립니다.

               배휴(裴休:797~870)가 말한 것처럼 ‘혈기(血氣)가 있는 생
            명체에게는 반드시 앎[知]이 있는 법’입니다.그리고 ‘그 앎은 바
            탕이 다 똑같다’고 했는데,이것은 바로 영지(靈知)를 말한 것입

            니다.영지는 범부와 성인,미혹과 깨달음에 관계없이 조금도 차
            이가 없는 앎입니다.이것은 본래부터 마음 바탕에 넉넉히 갖추

            어진 것으로서 더하거나 덜어낼 수 없는 것입니다.
                화엄경 에서 ‘일체의 법 그대로가 마음의 자성(自性)임을 알
            았다면,지혜의 몸[慧身]을 성취하는 것이 다른 깨달음에 의한

            것이 아니다’고 하였고,  원각경 에서 ‘헛꽃[空華]인 줄 알았다면
            바로 윤회가 없으리라’한 것과,‘허깨비인 줄 알고 그대로 떠나

            면 방편을 쓸 필요가 없다’고 하였습니다.이 말은 진지(眞知)는
            단적으로 오입(悟入)해서 된다는 것입니다.미혹의 구름이 활짝
            걷혀서 사량분별을 뚝 끊고 알음알이 내지 않기를 마치 무슨 일

            을 오랫동안 잊었다가 문득 기억해 내듯이 해야 합니다.그러면
            그 순간에 해탈(解脫)하여 모든 것이 다 진실해집니다.그런 경
            우가 아니라면 그 나머지는 결코 우연히 될 리가 없습니다.

               또  원각경 에서 ‘중생은 아는 것[解]이 장애가 되지만,보살
            은 깨달음[覺]을 떠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또 ‘말세 중생이

            성도(成道)하기를 바라거든 깨달음[悟]을 구하지 말라.그것은
            다문(多聞)만을 더하고,아견(我見)만을 키울 뿐이다’고 하였습니
            다.이것은 모두 망지(妄知)를 통해 깨달으려는 것을 통렬히 지

            적해 말한 것입니다.망지로는 지극한 이치를 궁구하고 성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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