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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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下 107
2.세상사가 수행에 방해가 됩니까?
객승이 질문했다.
“번뇌라는 두 글자는 세속에서 쓰는 말입니다만,그것의 근
원[因]은 무엇이며 그 뜻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말했다.
“미망(迷妄)이 바로 번뇌의 근원이고,물들여 더럽힌다는 것
이 그 뜻입니다.미망이란 자기의 마음이 미혹되어서 일체의 법
은 자성(自性)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자성이
없다는 뜻은 성품(性品)이란 본래 공적(空寂)하여 지견(知見)이
없기 때문입니다.자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해서 사람들은
망정(妄情)을 일으키고,일체의 법을 잘못 인식하여 실제로 있다
[實有]고 믿는 것입니다.한번 있다[有]는 견해에 떨어지면,취․
사․순․역(取捨順逆)의 생각이 나[我]로부터 일어납니다.그리
하여 자기 생각에 맞으면 사랑하고,어긋나면 미워합니다.또한
사랑하면 취하여 받아들이고,증오하면 버리게 됩니다.이런 상
태가 돌고 돌아 심해지면,자기에게 좋으면 기뻐하고 그렇지 않
으면 노한 마음이 생깁니다.이러한 마음은 의식에 속속들이 잠
복해서 마음대로 날뛰고 아무 때나 막 생겼다 없어졌다 합니다.
이렇게 되면 5욕(五欲)과 7정(七情)에 얽매이고,생각은 이리저
리 날뛰게 됩니다.여기에 오염되면 6범(六凡)이 되고,다행히
여기에 물들지 않으면 4성(四聖)이 됩니다.미(迷)와 오(悟)는 서
로 차이가 있지만,번뇌에 얽매인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한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