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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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니다.
               이렇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이겠습니까?본래 청정하고 진실

            된 성품에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증가하거나 감소하거나 얻거나
            잃는 법을 하나라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이것은 온 천지
            에 가득했고,모든 것을 다 포함했고,신령하고 분명하여 결코

            안주하는 모양[住相]이 없습니다.중생은 이것을 깨닫지 못하고,
            걸핏하면 바깥 경계를 좇습니다.그 무엇에라도 의지하면 모두

            가 번뇌가 됩니다.이렇게 되면 성인이니 범부니 가릴 것도 없
            이 모두 번뇌에 오염되고 말 것입니다.
               이와 같은 번뇌는 계율로 다듬어진 몸을 상하게 하고,정(定)

            의 근원을 혼탁하게 하며,지혜[慧]의 거울을 흐리게 합니다.그
            결과 탐욕의 뿌리는 더욱 견고해지고,분노의 불꽃은 더욱 치솟

            으며,어리석은 구름을 더욱 퍼지게 하며,악도(惡道)를 열고 선
            문(善門)을 폐쇄하며,업연(業緣)을 돕고 도력(道力)을 소멸시킵
            니다.번뇌의 허물은 이 외에도 끝이 없습니다.요즈음 참선하는

            이들은 모든 행위가 모두 번뇌라고 말하면서 자기의 몸은 어느
            것도 침범하지 않는 곳에서 편안히 살고자 합니다.조그마한 일
            이라도 자신의 감정을 언짢게 하고 번거롭게 하면 ‘도력을 소멸

            시킨다’고 말하며 돌아보지도 않고 가 버립니다.그 기상이야 갸
            륵하다고도 하겠지만,이것은 오히려 미혹한 가운데도 더더욱

            미혹된 사람의 행동입니다.그런 사람과 함께 도를 의논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왜냐하면 번뇌는 미망 때문에 생기는
            것이지 결코 세상일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반조해 보

            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만일 번뇌가 세상일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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