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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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우는 황벽(黃檗)스님께 불법의 대의를 묻기만 하면 방망이로
            맞았다.방망이로 때리는 것 외에는 끝내 말씀이 없었다.또 자명

            (慈明:987~1040)스님이 분양(汾陽:947~1024)스님에게 물으
            면 꾸짖고 비웃었을 뿐,이른바 향상기(向上機)니 말후구(末後句)
            니 하는 말은 애초에 들어보지도 못하였다.

               그런 뒤,의로(義路)가 끊어진 상태에서 오랫동안 가슴속에
            깊이 새겨 결단하려 하나 결단하지 못했던 의심을 하루아침에

            활연히 벗어 버리게 되었던 것이다.마치 붕새가 회오리바람을
            치듯,호랑이가 쭈그리고 앉은 듯,번개가 치듯,우레가 진동하
            듯 말과 글을 토해내는데,독벌레 지나간 마을을 지날 때 한 방

            울도 물을 입에 적시지 못하듯 하며,철벽처럼 조금도 기어오를
            수 없는 듯하며,허공에 흘러가는 달이 곳곳에 빛나는 듯하며,

            나뭇가지에 부는 바람처럼 자취가 끊겼다.한편 네모난 걸상에
            서 한결같이 평상(平常)하기도 하며,기침하고 침 뱉고 팔 흔드
            는 것까지도 이 입술이 합하듯 도와 섞여 있지 않은 것이 없다.

               이윽고 그 집안의 깊숙한 도를 깨닫고 문전을 나선 인재들은
            낱낱이 6진을 뽑고 세속을 단절하여 일반 무리보다 뛰어나 대방
            (大方)에 활보하면서 눈으로는 은하수를 보는 듯하였다.불조 성

            현이라 해도 함께할 의도가 없는데,더구나 명예․이익․5욕(五
            欲)․은애(恩愛)따위의 경계에 머리를 숙이고 구속을 받으려

            하겠는가?선배로서 이와 같은 체재를 자부한다 해도 다른 사람
            보다 특이한 견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세상을 뒤덮을 만한
            기이한 수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한결같이 도를 위하는 생각

            이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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