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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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사량분별을 통해서는 나타나지 않는다.비유하면 마치 남
이 나를 악하게 헐뜯는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그 자리에서 화가
나서,몸과 마음의 경계는 물론 견문각지(見聞覺知)가 모두 성내
는 것과 같다.나아가 밥 먹는 것도 잠자는 일도 모두 잊고 꿈
속에서도 그것이 나타난다.그런가 하면 원망을 품고 종신토록
잠시도 잊지 못하는 것과 같다.위와 같이 화내는 것[瞋]은 수많
은 8만 번뇌 중의 겨우 한 번뇌에 해당할 뿐이다.번뇌 하나가
그럴진댄 나머지 모든 번뇌도 다 그렇다.번뇌끼리 서로서로 자
물쇠 고리처럼 연결되어 생사를 이루어 끊임없이 거기에 흘러들
어간다.
참선하여 이 생사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렇게 해야 된다.
즉 남들이 생사(生死)에 대해서 이러니저러니 언어나 문자로 사
량분별하는 소리를 듣기만 하면 곧바로,나를 악하게 헐뜯는 소
리로 여겨서 분한 마음을 내야 한다.뿐만 아니라 경교(經敎)에
서 한 말을 끌어들여 알음알이를 조작하여 사량하려 하지 말라.
오직 분하고도 분한 마음이 마음속에서 떨쳐 버리려 해도 떨어
지지 않는 것처럼 해야만 한다.만일 단박에 깨치지[頓悟]못하
면 죽더라도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이와 같이 마음먹는다면 어
찌 생사의 대사를 깨닫지 못하겠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