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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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중생들은 왜 범부짓을 하는가?
부처님과 조사의 도(道)는 범부라고 해서 결코 털끝만큼이라
도 더하거나 덜어낼 수 없다.이것은 마치 거울이 거울을 비추
고,물[水]이 물로 들어가는 것과도 같다.범부가 끝내 스스로
어두워져서 밝게 비출 수 없는 까닭은,그 잘못이 미혹 때문이
다.무엇을 미혹했다는 말인가?구원겁으로부터 한 줄기의 심광
(心光)이 걸핏하면 망습(妄習)에 가려 스스로 깨치지 못했다.다
음 사실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이 미혹은 4대6정(四大六情)
등에만 미혹했을 뿐 아니라,나아가 책을 읽으면 책에 미혹하고,
가르침을 들으면 가르침에 미혹하고,좌선하면 선에 미혹하고,
계율을 지니면 계율에 미혹하고,선정을 익히면 선정에 미혹하
고,더 나아가서는 깨달으면 깨달음에 미혹하고,증득하면 증득
함에 미혹하고,성불하면 성불에 미혹한다.통틀어서 말해 보면
인위적인 조작이 있으면 모두 심광(心光)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실로 이 마음을 알음알이 밖으로 내버리고,인위적인 조작을 마
음에 앞서 비우지 않으면,그대가 비록 불조의 깊은 이치를 두
루 찾아 골수에 사무쳤다 해도 결코 이 미혹을 벗어나지 못한
다.그렇게 하는 것은 마치 자기의 귀를 틀어막고 고함을 지르
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그것이 가
능할는지 모르겠다.
선배 중에서 진실하게 이 도에 뜻을 두는 자가 있어서,그는
들의 제자 각각 15인을 합하여 96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