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7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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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續集 上 137


               이것은 마치 서리와 얼음이 불 그림자만 바라보아도 녹아 버
            리는 것과 같고,티끌이 작은 바람에도 날려 버리는 것과 같다.

            도를 체득하려는 생각이 1푼 견고하고 촘촘해지면 그에 따라 업
            도 자연히 1푼 소멸할 뿐이다.내가 도를 향하는 마음이 투철하
            면 이른바 알음알이 허상으로 전도된 애증의 사념은 마치 바람

            을 만난 티끌이나 불 가까이에 있는 눈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에 사라지게 된다.어찌 알음알이의 허망만 그렇게 되겠으리오?

            나아가 성인의 도조차도 이 마음속으로 들어오질 못한다.이를
            이름하여 공용(功用)없는 삼매(三昧)라 한다.삼매 가운데는 생
            사와 열반이 모두 붙어 있을 틈이 없다.

               요즈음 사람들도 이 삼매 속에 있지만,도를 향하는 생각이
            진실하고 간절하지 못하여 걸핏하면 알음알이 허상을 만난다.

            그 결과 주관과 객관이라는 집착에 결박되어서 불법을 알면 알
            수록 업식(業識)이 더 늘어나며,도에 밝을수록 무명(無明)이 자
            라난다.그리하여 지견(知見)의 바람이 부채질해 생사윤회의 바

            닷속으로 들어가서 윤회를 달게 받아들인다.어찌 뜻이 있는 납
            자로서 이와 같이 하겠는가?이는 마치 눈먼 사람이 보배가 있
            는 곳으로 가려다 오히려 보배에 걸려 몸을 다쳐 목숨마저 잃어

            버리는 것과 같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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