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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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올바른 정진의 태도는 어떤 것인가?



               염송(念誦)에 이르기를,“대중들은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부지런히 정진해야 한다”고 했다.이것은 일종의 비유로서 이보
            다 더 적합한 것은 없다.머리에 붙은 불을 그대로 둔 채로는,
            매우 굶주린 상태에서 음식을 만나더라도 그 불을 끄지 않고는

            먹을 겨를이 없다.또 아무리 피곤해도 그 불을 끄지 않고는 누
            구라서 편안히 잠잘 수 있겠는가!먹고 자는 일이 자기에게 절

            박한 일이기는 하나,그 불을 끄지 않고는 결코 쉬거나 먹을 수
            없다.혹 머리의 불을 끄지 못한 채로 빈둥빈둥 논다면,비록 불
            조(佛祖)와 같은 성현이라도 그래서는 안 되리라는 것을 알 것

            이다.가령 머리의 불을 끄려는 듯이 정진하는 생각이 한결같이
            사무쳐,바로 그 자리에서 몸과 마음을 마치 견고한 병기와 삼
            엄한 성곽처럼 늠름하게 하여 조금도 범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생사의 업식과 알음알이로 전도된 것은 버리려 하
            지 않아도 저절로 된다.

               지금도 총림의 강유(綱維)가 있는 곳 치고는 매월 8일이면
            대중들을 엄연하게 모아놓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거량(擧揚)하지
            않는 곳이 없다.그러나 듣는 사람은 마치 진(秦)나라 사람이 월

            (越)나라 사람의 비대하고 수척한 모습을 보듯 무관심하기만 하
            다.또는 흙으로 만든 허수아비가 광대의 북 치고 피리 부는 소

            리를 듣더라도 전혀 감동하지 않는 것과 같다.그리하여 정진을
            게을리할 뿐만 아니라,도리어 정진하는 모습을 듣고 보는 것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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