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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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續集 上 147
게 된다.그러나 이렇게 하기를 오래하다 보면 음산한 바람,습
한 이슬이 그 사람의 피부와 속까지 침입하여 그 증세가 가벼우
면 몸이 뒤틀리고 심하면 온 몸이 마비되는 중풍에 걸리고 만
다.
구구하게 한때의 번거로움을 풀려다가 고황(膏肓)의 깊은 병
을 얻으면서도,끝내는 해로움이 많았다는 사실을 모른다.그렇
기 때문에 위로부터 성현들께서 이것을 좋지 않게 여기시고 불
쌍히 여기셨다.이것이 교화가 생기게 된 까닭이다.사람들이 이
이치를 통달하면 도를 깨치게 되리라.
23.구도의 자세는 무엇인가?
세상의 풍속을 보면 고용된 노비는 주인의 지배를 받으면서
전신이 피로하고 죽겠어도 감히 게으름을 피우지 못한다.조금
이라도 잘못하거나 꾀를 부리면 주인은 노하여 욕지거리를 하며
채찍질을 하며 못 하는 짓이 없다.그래도 노비는 조금도 이것
을 싫어하는 기색을 내보이지 않고,주인 곁을 떠나려 하지 않
는다.어찌 성냄과 원망을 이처럼 잊을 수가 있겠는가?그것은
다름이 아니라,그저 먹여 살려 주는 이양(利養)에 포섭되었기
때문이다.혹시라도 성내고 원망했다가는 주인에게 쫓겨나 끝내
는 먹고살 수가 없게 된다.그렇기 때문에 먹고사는 이양(利養)
때문에 성내거나 원망하는 일을 모두 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