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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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방편에는 해로움이 없는가?
앞서 한 가지 일이 걸리면 한 법이 뒤따라 풀리는 것이 천하
고금의 수행의 이치이다.이는 마치 앉거나 누우면 피로가 풀리
고,음식을 먹으면 배고픔이 사라지는 이치와 같다.즉 앞서 걸
려 있던 것은 피곤과 배고픔이며,뒤따라 풀리는 것은 앉고 눕
는 것과 음식이다.그러나 피곤과 배고픔은 때로는 없어지지만,
앉고 눕는 것과 음식의 사념은 떠날 때가 없다.그것들이 사념
에서 떠나지 않기 때문에 점점 습관이 되어 게으름과 욕심이 생
기게 된다.그리하여 덕을 없애고 뜻을 잃게 하며,도를 없애고
몸을 망치는 지경에 이르러서도 하지 못하는 것이 없게 된다.
사람들은 걸려 있는 것이 해롭다는 것만 알 뿐,그 걸려 있는
것을 푸는 일도 해롭다는 사실을 모른다.자세하게 미루어보아
걸려 있을 때도 모두 해롭다는 사실을 안다면 거기에 깊이 빠져
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끝내는 생각마저도 풀어 버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푸는 일도 해롭다는 사실을 모르고 가까이하여
익숙하게 되면 그와 함께 동화해 버린다.그것이 몸 속에 깊숙
이 들어가고 그럴수록 그 해로움은 더하여,끝내는 이런 자신을
자각하기에는 아주 힘들어질 것이다.그 이유는 무엇인가?비유
하면 무더운 더위에 불티가 얼굴로 날아드는 것과도 같다.그렇
기 때문에 비오는 듯한 땀을 씻으면서,바람과 찬이슬로 이 더
위를 해소하려고 생각할 것이다.다행히도 이때에 바람을 쐬고
찬이슬을 맞게 되면 너무도 상쾌하고 시원해서 떠날 줄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