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8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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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배우는 사람이 바깥 경계에 부딪치면 갑자기 퇴타심(退
惰心)을 낸다.그러나 그저 먹고사는 이양을 도와 비교하면 하
늘과 땅 정도의 차이가 난다.어찌하여 사람들은 먹고사는 이양
을 구하는 것은 간절하게 하면서도 도를 구하는 것은 소홀하게
하는가?이것을 깨닫고 스스로 힘써야 되리라.
24.출가자도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가?
유가(儒家)의 경전에서 이르기를,“하늘이 장차 사람에게 큰
책임을 맡기고자 하면 반드시 그 사람의 심지(心志)를 먼저 괴
롭히고,그 육신을 고통스럽게 하며,그 몸뚱이를 주리게 한다”
고 하였다.그러니 위없는 큰 깨달음에 대해서는 어찌 큰 책임
정도뿐이겠는가!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오랜 겁 동안 몸을 돌보
지 않고 깨달음을 구하셨다.이렇게 하느라고 오랜 겁이 지나
그 동안 쌓인 뼈는 수미산처럼 높았고,마신 우유만도 바다와
같았으니,결국 몇 번이나 몸뚱이와 생명이 뒤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이리하여 “나는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위없는 대도(大
道)를 아낄 뿐이다”라는 말이 남게 되었다.
슬프다!요즈음 도를 닦겠다는 자들은 그저 도를 닦는다는
그 자체로써 명분을 삼기는 한다.그러나 그 하는 행동을 살펴
보면 배고프지 않아도 밥 먹고,피곤하지 않아도 침소로 향한다.
그런가 하면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제멋대로 시주물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