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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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上 17
수는 없지만,투철하게 깨달으면 알 수 있다.투철하게 깨닫지도
못하고 심성의 심오한 이치를 알려는 것은,마치 거울을 버리고
자기의 눈을 보려는 것과 같다.
옛날 대매산(大梅山)에 머무르던 법상(法常:752~839)스님
이 마조(馬祖:709~788)스님에게 묻기를,“부처님이란 무엇입
니까?”하자,“마음이 부처님이다[卽心是佛]”고 대답했다.그러자
법상스님은 이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열 개의 태양이 일시에
비추듯 모든 미망과 번뇌가 한 순간에 사라졌다.그리고는 바로
대매산(大梅山)으로 가서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닌 곳에 자신
을 한결같이 맡겨 버렸다.이것이야말로 투철하게 깨달은 좋은
본보기이다.
이로부터 ‘마음이 부처이다’고 한 말이 온 세상에 퍼졌으니,
이것은 현묘함을 참학하는 상근기 인재뿐만 아니라,일개 장사
치․부엌데기․아녀자까지도 말할 때면 ‘마음이 바로 부처이다’
라는 말을 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그러나 막상 “마음이 무엇이
냐?”고 다그쳐 질문하면 망연하여 아무것도 모른다.이런 무리
들은 그만 두고 말하지 않더라도,더러는 평소에 참선공부 한다
고 자처하는 수행자들이 그 심체(心體)를 노래하고 읊조려 지적
하기를,마치 얼굴이 거울 속에 선명하게 비추듯이 한 터럭도
감추지 않고 분명하게는 한다.그러나 법상스님이 도달한 경지
를 구하는 데 있어서는 하늘땅의 차이다.무엇 때문에 그렇게
될까?법상스님은 투철하게 깨달은 것이고,그 밖의 사람들은
다만 알음알이로 이해한[情解]것이기 때문이다.그저 알음알이
로 이해한 사람은 말은 오히려 교묘할지 몰라도,그 종지(宗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