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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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게 윤회를 좇아서 한 생[有]을 받는 것입니다.이것은 물이
추우면 응결하여 얼음이 되지만,그 추위가 사라지면 다시 물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그와 마찬가지로 미혹이 마음에 축
적되면 생사가 허망하게 응결되지만,미혹을 깨닫고 나면 마음
의 바탕은 고요할 뿐입니다.생사를 찾으려 하나,마치 졸다가
깨어난 사람이 꿈속에서 있었던 일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어떻
게 그것이 현실에서 가능할 이치가 있겠습니까?우리는 이 사실
을 알아야 합니다.생사란 본래 공(空)한 것이지만 그것을 알려
면 깨달아야만 하고,본래 열반(涅槃)이 있지만 미혹되면 알지
못한다는 것을.
혹 자기의 마음을 투철하게 깨닫지 못했는데도 생사문제를
환히 깨달으려 한다면,이것은 마치 장작불을 계속 때면서 가마
솥의 물이 끓지 않기를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그런 이치가 어
디 있겠습니까?생사를 환히 깨닫는 데에는 마음을 깨닫는 것보
다 가까운 길이 없고,마음을 깨닫는데도 발심(發心)보다 우선하
는 것이 없습니다.그러려면 추위와 더위를 모두 잊고 침식(寢
食)을 그만두며,알음알이[情]와 허망한 생각[妄]을 비워야 합니
다.그런 일념(一念)을 어떤 곳에서든 꾸준히 하여,마치 견고한
무기나 침범되지 않는 엄중한 성곽처럼 굳게 지켜야 합니다.동
시에 옛 사람들이 말했던 확고한 발심을 두루 살펴 만 길 벽 위
에 우뚝 선다면 확철대오하는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이미 깨닫
고 나면 생사만 공적(空寂)한 것이 아니라,열반도 기특하다 할
여지가 없습니다.만일 그렇지 않다면 무엇 때문에 생사와 미망
(迷妄)이 교대로 결합하여 멀리는 광겁(曠劫)으로부터 미래제(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