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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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上 19
2.생사대사가 왜 중요한가?
참선하는 사람 치고 생사(生死)의 일이 크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그러나 막상 “무엇을 생사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망연하여 으레 대답을 못 하고 만다.어떤 사람이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고 해서 내가 넌
지시 그에게 일러주었다.
“그대는 생사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생사문제의 해결을 위
해 발심한다 하니 참으로 허망합니다.생사의 일은 인간에게는
큰 문제입니다.실로 생사의 이치를 알지 못하면서 참선을 한다
는 것은 마치 농사일을 버리고 생식[辟穀]하는 사람에게 농사를
지으라고 억지로 시키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억지로 따르기는
하나 벽곡으로 이미 배고픔을 잊은 그는 벼나 기장을 심을 필요
가 없으므로 명령을 따르지 않고 게으름만 피웁니다.이와 같이
참학을 하는 자가 생사의 단서부터 미혹되면 참학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어떤 사람은 ‘태어나도 오는 곳을 모르며,죽어도 가는 곳을
모르는데 이것을 생사라고 말한다’고도 합니다.그러나 이것은
정말이지 미친 소리입니다.가령 오고 가는 곳을 안다 해도,그
가 알고 있는 것이 바로 생사인데 생사 자체에 빠져서 생사를
벗어나는 경우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름지기 다음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생사는 원래
체성(體性)이 없는데 인간이 스스로 마음을 미혹했기 때문에,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