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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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듯해진다.그러나 깨달은 사람은 그것이 허깨비인 줄 알고
없애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그러다 보면 일부러 없애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집착할 바가 없어진다.
그러므로 경전 중에서 “허깨비인 줄 알면 그대로 없어지니
따로 방편을 쓸 필요가 없다”고 하는 대목이 있는 것이다.허깨
비인 줄 아는 그 ‘앎’은 알음알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단박
에 깨치는 마음 바로 그 자체이다.그 ‘앎’은 지극히 당연하기
때문에 허깨비가 없어지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저절로 없어진다.
그러므로 일부러 방편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왜냐하면 그것은
허깨비를 없애려는 마음이나 없애려는 대상이 모두 방편이기 때
문이다.무엇보다도 자신의 마음자리를 통철하게 깨달아서 모두
가 허깨비인 줄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그렇게 확실히 알기만
하면 허깨비는 저절로 없어지므로,없애고 말고 할 것이 없게
된다.이것은 마치 뱀과 호랑이를 보기만 해도 피하는 자들이
그것들에게 사람을 물어뜯는 독이 있다는 것을 알아서 자연히
생각생각에 그들을 멀리하는 것과 같다.어찌 따로 방편을 써야
만 환법(幻法)이 사라지겠는가?
참된 깨달음이 없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4대5온(四大五蘊)
은 허깨비’라고 모두들 말한다.그러나 잠시라도 좋은 일이건 나
쁜 일이건 부딪치면,갑자기 알음알이가 발동하여 갖가지 허깨
비가 생겼다가는 없어지곤 한다.갖가지 고통을 모두 맛보고 마
음에 싫증이 나서 그것들을 없애려고 하지만,허깨비 같은 견해
[幻見]만 더욱 증가할 뿐이다.더구나 허깨비가 생기게 된 모든
인연을 올바르게 알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그것을 없앨 수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