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P. 18

18


            에는 도리어 어두우며,말이 기묘하면 기묘할수록 이치는 더더
            욱 혼미해진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눈을 비출 거울은 구할 수 있지
            만 심성을 밝히는 말씀에 관한 요점을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다만 믿음[信根]이 마음에서 우러나기만

            하면 깨달음은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혹 이것을 믿지 않는 이
            라면 스스로 깨달을 원인이 없을 것입니다.”옛 사람들의 ‘믿음’

            은 누가 믿음을 내라고 꾸짖고 지도해서 그랬던 것도 아니며,
            또 ‘믿음’을 내라고 권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오직 믿음이 마
            음에서 우러나왔으니,마치 굶주린 자가 음식 찾듯이 생각생각

            에 잠시도 쉬지 않고 알음알이와 사량분별을 싹 쓸어내어 철벽
            같은 믿음을 굳건히 하였다.그러다가 하루아침에 깨달음의 문

            이 툭 터지면,마치 오랫동안 잊었던 것을 홀연히 기억한 것과
            도 같았다.이것이 바로 법상스님이 마조스님의 질문이 끝나자
            마자 그대로 그 자리에서 대답한 소식이니 어찌 우연히 그랬겠

            는가!
               요즈음 사람들은 투철하게 깨닫지도 못했으면서도 ‘마음이
            바로 부처이다’라는 말을 지껄이며,알음알이의 허망한 분별로

            이리저리 때도 없이 지껄인다.이래서야 그저 말만 많아질 뿐
            ‘마음’과 ‘부처’에 계합할 이치가 있겠는가!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