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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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上 21


            來際)에 이르기까지 털끝만한 틈도 없이 유전(流轉)하겠습니까?
            생사는 큰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 왜 헛된 말이며,어찌 빈말이

            겠습니까?”





               3.환법의 정체란 무엇인가?



               독사와 호랑이에게는 사람을 해치려는 생각이 본래부터 있는

            것은 아니다.그들은 높은 산허리를 의지하고 평평한 땅바닥에
            누워 있다.그런데 길가는 사람들이 오히려 그들을 무서워하여

            서로 주의를 주며 멀리한다.이는 그들이 사람을 물어뜯고,또
            독이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그들의 그림자만 보아도 피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보살이 환법(幻法)을 대하는

            것도 이와 같다.무엇이 ‘환법’인가 하면,실제는 없는데 있는 듯
            한 것이다.이미 실체가 없다고 말했는데,도대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이것은 허공에는 본래 미세한 먼지도 없는데,눈병에 걸린
            사람은 허공에서 어지러운 헛꽃[空華]을 보는 것과 같다.허깨비

            인 줄 아는 사람은 자기의 눈병을 탓하겠지만,허깨비인 줄 모
            르는 사람은 도리어 헛꽃만을 탓한다.그밖에 물에 어린 달그림

            자와 거울 속에 비친 형상도 실제로는 모두가 헛된 존재이다.
            그런데도 미혹한 사람은 그것을 ‘있다’고 집착하면서 그저 그것
            을 없애려고 한다.더구나 그러면 그럴수록 더더욱 무언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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