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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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공안을 참구하는 납자를 위한 글 127


               8.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공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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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에게서 나기 전에는 무엇이 본래면목인고
               철석심 놓아버리고 취모검을 빼어 들면

               속세의 티끌 인연 불 속의 하루살이라
               많은 방편 중에 참선이 영험하니

               오직 화두만을 들 뿐 옆길로 새지 않으면
               천차만별하던 것이 일념에 녹아지리라
               만 길 낭떠러지에 맑은 물 가득하고

               푸른 하늘 일대에 조각구름 한가하니
               이런 경계 마음 달은 호젓이도 밝구나

               감히 말하기를 신령한 마음 나타나
               그 빛이 온갖 경계 머금었다 하나
               온갖 경계는 그 빛 아니라

               오히려 웃을 일이다
               맑은 강물이 흰 비단 같다 하나

               흰 비단 아니라 한 올의 실일 뿐
               다시 삶아 정련하여 가는 금침 누비고 나면




             *원래 제목은 ‘부모미생전 공안을 참구하는 관여스님에게 주는 글[示觀如禪者
               看父母未生前公案]’이다.
             *부모미생전 공안:태원(太原)부상좌(浮上座)가 고산(鼓山)스님에게 “부모에게
               서 나기 전에 콧구멍(본래면목)이 어디 있습니까?”하니 고산이 “이제 태어
               난 뒤엔 어디 있습니까?”하였다.부상좌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그대가 내게 물으시오.내가 대답하리다”하였다.고산이 “부모에게서 나기
               전엔 콧구멍이 어디에 있었소?”하니 부상좌는 그저 부채질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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