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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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공안을 참구하는 납자를 위한 글 129


               9.천 일 결제하고 공안을 참구함*
                                                 18)
               도 잘 닦는 납자는 천 일 동안 공을 들여
               밤송이를 삼키듯 공부해 나아가니

               맑디맑은 경계에 일념이라도 생기면
               수미산이 가로막힌 듯 큰 일로 여기네

               일구의 화두는 쇠몽둥이 같아서
               불법과 번뇌를 모두 다 끊으니
               혼침과 산란이 통째로 없어진다

               절실 또 절실할지어다
               천 일이 잠깐 사이라

               오락가락하던 알음알이 끊어지면
               두 다리 쭉 펴는 초연한 경계이니
               얼음지옥 불지옥도 마음은 한가롭다

               온몸으로 부딪쳐 무생국(無生國)에 들어가
               유무(有無)의 경계를 묘하게 벗어나고

               꽉 막힌 허공에서 남 돌아볼 것 없으면
               대지가 칠흑 같음을 비로소 알리라
               몸을 뒤집으면 주장자가 산 용(龍)이 되어

               산 뚫고 바다 뚫어 고풍(古風)을 진작하니
               일륜삼매력(日輪三昧力)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

               온 법계 털끝까지 응용이 무궁하네


             *원래 제목은 ‘천 일 결제하고 공안을 참구하는 종묘스님에게 주는 글[示宗妙
               禪者以千日期參公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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